SNS중독자의 디지털 디톡스 3개월 후기와 변화점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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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도 때도 없이 SNS 앱을 열어보던 습관이 한계에 다다를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말 그대로 스마트폰 중독자, 정확한 표현으로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SNS 중독자로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했다고 할까. 발단은 이렇다. 평소처럼 잠들기 전에 누워서 인스타그램의 새로운 피드를 무심히 둘러보고 있었는데, 문득 떠오른 생각. "어제도 지금처럼 인스타그램 하고 있었는데, 아마 한 시간은 넘게 했었지. 어제 봤던 게시물 중에서 지금 기억해낼 수 있는 내용이 있을까, 설마 하나도 없을까 봐." 하며 떠올려보려 했다. 몇 개는 떠오르지 않을까 싶었다.

 

SNS중독자의 모습

 

SNS 중독자의 현실자각 타임

10초 정도.. 떠올려보려고 했지만 놀랍게도, 그리고 아쉽게도,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현기증을 조금 느꼈다. 어두운 무대 위에 세워져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허무한 색깔의 조명이 날 비추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현실 자각할 때의 어지러움이 이런 걸까 싶었다. SNS를 아무 생각 없이 들어다보고 있는 시간이 당연히 잠들기 전뿐만은 아니었다. 하루 일과 중에서 어림잡아 두세 시간은 내일 되면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릴 내용으로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시간들이, 바닷모래 촉감이 좋아서 한 움큼 쥐어보지만 손바닥을 펼쳐보면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버리고 만 모래처럼 느껴졌다.

 

잠시, 냉정을 되찾고 하루 일과 중 SNS 이용시간으로 두시간 넘게 허비하게 된 시기와 원인을 떠올려보려고 했다. 일과를 꼼꼼히 뜯어보니, 작년 중순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한 시간 반 이상의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게 된 것. 그런데 그 여유시간을 고스란히 SNS에 허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SNS 중독, 과연 나는 얼마나 심각한 상태였을까? 

재택근무를 시작한 뒤로 SNS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다. 하루 평균 2시간 반은 했던 것 같다. 이쯤 되면 내 모습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었고 실제로 어느 정도 심각한 상태인지 궁금해졌다.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이라고 한다. 아래 내용처럼 심한 상태로 분류될 정도는 아닌가 보다. (이곳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글 다 읽고 나서 진단해보는 것으로. 스마트쉼센터 - 스마트폰 과의존 테스트: 성인 대상, 청소년 대상)

 

스마트폰 중독 잠재적 위험자
스마트폰 중독테스트 결과, 잠재적위험 사용자로 분류됐다.

 

SNS 알고리즘이 노예를 길들이는 방법

내 SNS 사용 패턴은 95% 콘텐츠 소비자 입장이었다. 화면을 위아래 문질러대며 흥밋거리, 공감거리에 적극적으로 '좋아요' 또는 하트를 날려주곤 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상대에게 든든한 응원을 보태주고 있다는 자기 만족감은 갈수록 내가 흥미 있어할 만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자동 노출시키게 만드는 약점으로 이용되어버렸다. 이쯤 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내 사용 패턴을 진작에 간파하고 유사 콘텐츠, 관련된 흥밋거리와 관련 광고를 화면에 적절히 섞어서 노출시켜줬다. 유저들의 사용시간이 길어지게끔 작동하는 알고리즘의 목표는 확실했다. 그렇게 난 서서히 길들여지고 있었다.

 

 

알고리즘의 노예라는 말이 남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내 귀중한 시간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알고리즘에게 제물로 바쳤고 그 알고리즘은 내 사용 패턴을 고스란히 그리고 조용히 가져가 버렸다.

 

디지털 디톡스란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할까?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란 디지털 기기 중독에 대한 해독 즉,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집착을 개선하는 행동을 뜻한다. 디지털 기기, 스마트폰 장시간 사용을 중단하고 정상적인 일상을 되찾는 실천이다.

중독증상을 진단하고 나서 자신이 SNS 중독자였다는 인식을 스스로 확실히 각인하고 싶었다. 중독증상을 극복하고 싶다는 문제의식을 스스로 새기고 싶었다. 누워서 현실 자각 경험을 했던 날 밤에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하겠다고 바로 그 자리에서 각성했다. 특별한 방법이랄건 사실 없었다. 무식하지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앱을 스마트폰에서 바로 삭제해버렸다. 담배 중독자가 담배를 끊듯이, SNS 앱을 스마트폰에서 깔끔하게 지우는 것으로 디톡스를 일단 시작해보려 했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나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나?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다. 바로 적응하지는 못했다. 며칠간은 SNS 앱을 스마트폰 화면에서 무의식적으로 찾아보거나, 무심코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SNS 앱이 사라져 버린 걸 떠올리고는 다시 손에서 내려놓는 경우가 하루에 몇 번씩 발생했다. 금단현상이라고 여겼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활용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 조금씩 보였다. 일정 관리, 떠오르는 생각 메모, 노트 작성 등 일상생활에 도움 될 기능을 이전보다 좀 더 활용하게 됐다. SNS하지 않게 되며 비어버리게 된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의식했던 것이 실제 스마트폰 활용방식에 변화를 준 것이다. 디톡스를 시작하면서 기대했던 것이기도 한데, 일상 어디서부터 인가 역시나 느긋함과 여유로움이 확실히 느껴졌다. 지금 시점에서는 세 달 가까이 지났는데, 실제 변화와 소감을 5가지로 요약해서 정리해봤다.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다. 

 

디지털 디톡스를 시작하고 나서 경험한 변화 5가지

 

1. 여유 시간이 많아졌다

SNS 앱들을 삭제하면서 하루 일과 중 2시간 이상의 여유시간이 생겨버렸다. 해야 할 집안일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설거지, 청소, 빨래, 화분 물 주기 등의 집안일을 미루지 않게 됐다. 집안일이 갑자기 생각나 급하게 처리하지 않게 됐다. 여유로움은 조금 더 발전해서 평소 도전해보고 싶은 취미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게 됐다.

 

2. 언젠가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이건 1번 항목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도전해보고 싶은 취미활동이 글쓰기였다. 평소 일기도 써보고 싶었고 관심분야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해보고 싶었다. 흥미롭게도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도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좀 더 사적인 취미분야의 블로그를 포함해 두 개를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애드센스로부터 승인받은 것은 새로운 취미의 도전에 대한 보상 선물과도 같았다.

 

3. 특정 주제나 이슈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글감이라 여겨질 만한 소재를 놓고 다방면에서 정보를 찾아보고 조사하게 되었다. 이슈에 대한 옳고 그름,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해 되짚어 생각해보게 됐다. 소비성 정보보다는 팩트체크와 심층 분석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시간 때우기 SNS 헤비유저였던 입장에서 보다 유익한 정보를 추구하게 됐다. 사회적인 이슈가 미디어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대중들에게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을 하게 됐다. 자극적인 정보를 굳이 클릭하지 않는 노력으로 알고리즘의 노예 관습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게 됐다.

 

4. 자기개발을 한 가지 이상 시작하게 됐다

여유시간에 따른 취미생활이 조금 구체화되면서 블로그 운영과 콘텐츠의 검색 결과 최적화 분야에 대해 알아보게 됐다. 관련 도서도 구해보고 전문가의 유튜브 채널도 구독하고 있으니 나름 진지한 공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면 자기개발을 하고 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참에 시간관리에 대한 자기개발 분야도 직접 도전하고 경험해보면서 좀 더 깊이 파 들어가 보고 싶게 됐다.

 

5. 지인들과의 대화 방식에서 문제점을 깨닫고 고치게 되었다

카톡을 주고받을 때 중요한 대화가 아니면 즉석 답장을 미루는 편이었다. 역지사지로 본다면 난 사실 상대로부터 답장이 바로 오지 않으면 답답해하는 편이다. 정작 나는 답장을 미루면서도 상대는 그러지 않길 바라는 모순된 모습이 보이게 됐다. 분명한 반성점이다. 스마트폰으로 충동적인 콘텐츠 소비 습관을 없애니 카톡으로 오는 답장을 미룰 이유가 확실히 없어졌다. 웬만하면 답장을 바로 해주려고 의식하게 됐다. 또 다른 변화는, 누군가와 실제로 대화를 나눌 때도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지 않게 됐다. 지인들과 대화할 때 핀트를 놓치거나 주제 밖 또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주로 본인 쪽이었는데, 디톡스를 시작한 이후로는 상대와 대화를 나눌 때 좀 더 집중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 부분에서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좀 더 지켜보고 싶다. 

 

정리해보며.

이 정도면 전반적인 생활에서 좋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집안인을 제때 처리하게 된 점, 건설적인 취미와 자기개발을 시작하게 된 것, 깊은 생각을 시도하게 된 부수적인 효과와 더불어 대인관계에서 조금은 개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SNS 없는 일상이 생활의 일부분이 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아직까지는 의식적인 노력이 조금 필요하다. 조심해야 되는 경우는, 해외 친구들과의 연락, 트렌딩 이슈, 맛집, 자료 조사를 위해 SNS 계정을 PC로 접속하는 경우가 있다. PC는 업무용 또는 블로그 관리 용도라는 인식이 흐려지지 않도록 매번 주의하면서 원하는 정보만을 간추려서 확인하고 있다. 이번 포스팅의 주제는 앞으로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될 것 같다. SNS를 올바로 소비하는 방법과 시간관리. 정리되는 내용이 있으면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포스팅을 작성해 공유해보고 싶다.

 

디지털디톡스 효과와 경험담
모두에게 SNS 노예 해방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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